Other Mountain Adventures
2014년 9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5,897m)인 코토팍시(Cotopaxi)를 올랐습니다. 마라톤을 몇 차례 달려본 것이 전부였던 저는 에콰도르를 여행하던 당시, 스페인어 학원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로부터 함께 이 산을 걷자고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저와 미국인 친구, 가이드 세명이 1박 2일에 걸쳐 올랐습니다.
5,000미터 정도 높이에 이르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숨 쉬는것이 힘들어 무척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몸을 질질 끌고 올라가보니 정말 다른 세상이였습니다. 분화구와 그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두터운 빙하, 온 세상이 내 발아래에 놓여있는 그 느낌이 참이나 좋았고, 그 경험과 성취감이 그 당시 세계여행을 하면서 다른 산들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Innsbruck)은 유럽에서 아웃도어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 북부로 넘어가던 중에, 산들이 너무 이뻐 기차에서 내렸던 곳이 인스부르크였고 하루동안 계획을 짜고, 2박3일로 백패킹을 다녀왔습니다. 이 산 자체도 아름답지만 이 산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산들도 참이나 아름답습니다. 일출을 함께 맞이한 양들도 너무나 귀엽고요.
15년 여름, 세계를 여행하다 독일에서 백패킹을 해야겠다 결심하고, 장비를 처음으로 구입합니다. 산에서 혼자 야영해본적이 없었던 저는 막연히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을 검색하여 주크슈피체(Zuckspitze/2,962m)로 떠납니다. 2박3일 일정인데, 첫날밤은 그 어딜 둘러봐도 텐트치고 자는 사람이 없길래 저 또한 산장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둘째날 새벽에 나와 걸으니, 트레일에서 약간 벗어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대략적인 야영감(?)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첫 야영을 했습니다. 밤에 누가 오진 않을까, 춥진 않을까, 여러 걱정들 가운데 첫 날밤을 보냈고, 새벽 일찍 텐트를 개고 걸으면서 맞이하는 일출과 새소리에 이 취미는 내가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던건 저희 엄마였어요.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저희 엄마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셨고, 그런 어머니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요. 차를 타고 영남알프스로 가는 중 엄마와 나눴던 대화, 산에서 먹은 맛있는 소고기, 잠들기 전 재미삼아 쳤던 고스톱. 모든게 행복했던 추억이에요. 엄마에게도 그 추억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위에서 얘기한것처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 동창을 산에 데려갔어요. 7월말이라 무척이나 덥고, 꿉꿉했던 날씨였는데..늦은 저녁이 되니 운해가 엄청 끼지 뭐에요. 신나서 친구를 세우고, 삼각대와 함께 셔터를 눌러댔어요. 아니 운해도 감사한데, 그 위로 은하수라뇨??
그 친구는 아직도 산에 가면 운해와 은하수를 보는 것이 별거 아닌걸로 알아요. 본인이 처음으로 간 산에서 대단한 것을 봤으니, 그게 디폴트 값이 되버리는거죠.ㅎㅎ 아무쪼록 지금도 친구와 이 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제는 단순히 도시에서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금새 기억에서 잊혀질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산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나누는것이 더 좋아요. 🙂